강속구 뒤에 가려진 진실 윤성빈의 제스처가 보여준 내면
강속구 뒤에 가려진 진실 윤성빈의 제스처가 보여준 내면
팬들 예측 뛰어넘은 결정 19세 신인 프로 첫 등판이 선발로 확정
왕년의 특급 유망주로 주목받았던 윤성빈(26, 롯데 자이언츠)이 9개월 만에 잡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윤성빈은 2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그러나 1이닝 동안 54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7개의 볼넷, 9실점을 기록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이는 지난해 7월 30일 SSG 랜더스전에 나선 이후 약 9개월 만에 밟은 마운드였다.
만약 윤성빈이 이날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면, 롯데는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가 팀을 떠난 뒤 선발 로테이션에 생긴 공백을 그에게 맡길 가능성도 있었다.
롯데의 김태형 감독 역시 경기 전 윤성빈에 대해 큰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많은 이들이 (윤)성빈의 등판을 주목하고 있다.
나 또한 기대가 크다”며 “결과와 관계없이 타자와 대결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볼넷 허용 여부를 이날 투구의 중요한 포인트로 꼽기도 했다.
이러한 기대 속에서 마운드에 오른 윤성빈은 첫 타자인 박해민을 최고 시속 157㎞의 직구로 삼진 처리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문성주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이어진 김현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연달아 발생했다.
2사 2루 상황에서 상대 문보경과 대결하던 중 피치컴(사인 교환 장치)에 문제가 생기며 투구 리듬이 깨지는 일이 있었다.
결국 볼넷을 내준 뒤 오지환을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시켰고, 송찬의에게 밀어내기 볼넷까지 허용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제구가 급격히 불안해져 1회에만 3점을 내주고 말았다.
2회에도 난조는 이어졌다. 이주헌과 박해민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한 뒤 문성주에게 적시타를 맞으며 실점을 추가했다.
이후 문보경에게 다시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점수는 0-5까지 벌어졌다.
이 시점까지 윤성빈이 기록한 볼넷만 7개에 달했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무사 만루 상황에서 오지환에게 내야 안타를 내줬는데, 타구가 투수 글러브를 피해 절묘하게 빠지며 더 큰 위기를 초래했다.
결국 윤성빈은 점수 차가 0-6으로 벌어진 2회 무사 만루 상황에서 박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어진 박진이 송찬의에게 만루 홈런을 맞으면서 윤성빈의 책임 실점은 총 9점으로 늘어났다.
이날 윤성빈의 등판을 지켜보기 위해 많은 팬들이 그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았다.
하지만 높은 기대만큼 그의 등판은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다.
투구 중 모자를 고쳐 쓰거나 손을 떠는 장면도 중계 화면에 포착됐다.
KBO리그에서도 손에 꼽히는 빠른 구속을 자랑하는 윤성빈이었지만, 아쉽게도 시즌 첫 등판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