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외국인 투수 두 명 다 바꾸니, 이게 사라졌다.
KIA 외국인 투수 두 명 다 바꾸니, 이게 사라졌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복귀에 성공한 KIA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 올 시즌을 앞두고 하나의 중요한 결단을 내렸다.
지난해 외국인 투수로 시즌 마감을 함께 했던 두 선수를 한꺼번에 교체한 것이다.
위험 부담이 있었다. 지난해 뛰었던 션 놀린과 토마스 파노니의 성적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놀린은 21경기에서 8승8패 평균자책점 2.47,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한 파노니는 14경기에서 3승4패 평균자책점 2.72를 기록했다.
어쩌면 두 명 모두 재계약을 고려할 수도 있는 성적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KIA는 더 강력한 구위를 원했다.
놀린과 파노니는 굳이 따지면 파워 피처는 아니었다. 좌완으로 평균 140㎞대 초‧중반의 공을 던졌다.
안정감은 있었지만 상대를 힘으로 압도할 수 있는 유형은 아니었다.
그래서 고전할 때는 이닝 소화가 다소 부족하다는 단점도 지적됐다.
이를 본 KIA는 시속 150㎞ 이상의 공을 던질 수 있는 숀 앤더슨과 아도니스 메디나를 차례로 영입해 외국인 투수 라인업을 모두 바꾸는 승부수를 던졌다.
기대했던 대로 두 선수의 구속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마음을 먹으면 언제든지 150㎞ 이상을 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성적은 구속에 못 미쳤다
앤더슨은 슬라이더 외에 결정구가 없어 고전했고, 메디나는 가진 재료를 잘 활용하지 못하며 널뛰기 피칭을 했다.
두 선수 모두 중요한 순간 볼넷으로 고전한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특히나 메디나가 심했다.
그중 성적이 조금 나았던 앤더슨의 9이닝당 볼넷 개수는 2.96로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한창 좋았던 4월 성적을 떼고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5월 16⅓이닝에 내준 볼넷이 무려 16개였다. 앤더슨을 퇴출로 길로 인도하기 시작한 건 볼넷이었던 셈이다. 메디나는 말할 것도 없었다.
9이닝당 볼넷 개수가 4.50개에 이르렀다. 믿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여기에 두 선수 모두 기대했던 만큼의 탈삼진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궁지에 몰렸다.
그런데 새 외국인 투수들에게는 이런 문제가 잘 보이지 않는다.
차례로 영입한 마리오 산체스와 파노니가 볼넷 문제에서는 자유로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볼넷’에 발목이 잡히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파노니는 지난해 9이닝당 볼넷 개수가 2.61개로 많은 건 아니었다. 탈삼진/볼넷 비율도 3.04로 괜찮은 편이었다.
올해도 첫 9이닝에서 내준 4사구는 2개뿐이다.
아직 컨디션이 100%라고 할 수는 없는 만큼, 일단 지난해 수준은 충분히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만하다.
대만 무대에서 뛰다 KIA 유니폼을 입은 산체스의 성적도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산체스는 시즌 3경기에서 18이닝을 던지며 2승1패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지만, 적어도 계산이 되는 투수라는 점을 보여줬다.
특히 대개 투수 성적의 선행지표로 여기는 탈삼진/볼넷 비율이 인상적이다.
산체스는 18이닝에서 23개의 삼진을 잡아낸 반면, 볼넷은 딱 한 개를 줬다.
23.00의 이 비율이 계속 이어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메디나처럼 볼넷으로 자멸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확신을 줄 만하다.
두 선수는 합계 27이닝에서 볼넷 3개만을 내주며 선전하고 있다.
이런 모습이 이어진다면 앞으로 꾸준한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김종국 KIA 감독 또한 두 선수의 안정성에 대해서는 합격점을 내리고 있다.
파노니야 지난해 보여준 모습이 있고, 산체스 또한 무난하게 가고 있다는 것이다.
김종국 감독은 두 선수의 볼넷이 적은 것에 대해 “어느 투수나 다 마찬가지다.
안타를 맞을 수도 있고, 홈런을 맞을 수도 있는 것인데 볼넷이나 몸에 맞는 공이 빅이닝 실점의 시작이 되더라.
실점을 하면 꼭 볼넷이 끼더라”고 평가했다.
두 선수 모두 4사구가 적고, 그만큼 주자를 많이 쌓지 않을 확률이 높아 한 방에 크게 무너질 가능성은 그만큼 떨어진다.
앞으로 성적에 계산이 선다는 의미가 될 수 있는데, 이는 상위권 팀을 추격해야 하는 KIA로서는 한가닥 위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