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노송’ 김용수처럼, 고우석도 LG 트윈스의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을 장식할 수 있을까.

한국시리즈가 막을 올리기 전까지만 해도 이정도로 우려가 크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마지막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롤러코스터를 탔다.

7일 1차전부터 10일 3차전까지 3경기에 모두 나와 패전과 세이브, 구원승을 기록했다.

단일 한국시리즈에서 한 투수가 승-패-세이브를 모두 기록한 것은 역대 6번째 진기록인데, 이 세 가지 기록을 첫 3경기에서 만든 선수는 고우석이 처음이다.

3차전 1⅓이닝 3실점으로 고우석의 한국시리즈 평균자책점은 10.80까지 치솟았다.

1점 리드를 삼자범퇴로 지켜낸 2차전을 빼면 나머지 두 경기는 불안했다.

고우석 한국시리즈 경기 일지

7일 1차전 1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 패전

8일 2차전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세이브

10일 3차전 1⅓이닝 4피안타 1사구 1탈삼진 3실점 승리

LG가 마지막으로 우승했던 1994년에는 마무리 걱정이 없었다. 당시 마무리 투수는 김용수.

3경기에서 8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삼진을 무려 17개 잡았다.

연장 11회까지 길어진 1차전(2-1 끝내기)에서 구원승을 거뒀다.

2차전(7-0)은 정삼흠의 완봉승으로 끝나면서 등판 기회가 없었다.

1점 차 승부였던 3차전(5-4)과 4차전(3-2)에서는 세이브를 올렸다.

4차전 마지막 아웃은 아직도 LG 역사의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김성갑의 땅볼을 잡아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고, 1루로 공을 송구한 뒤 포수 김동수를 끌어안으며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LG는 11일 4차전 15-4 대승으로 구단 통산 세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1승만 남겨뒀다.

1번부터 9번까지 타선에 빈틈이 없고, kt와 달리 불펜에 여유가 있다.

선발진이 약점으로 꼽혔지만 5차전은 에이스이자 빅게임 피처 케이시 켈리의 차례다. 마지막을 장식할 고우석의 컨디션만 물음표로 남아있다.

LG 김경태 투수코치는 1차전과 2차전, 또 2차전과 3차전 사이에 있던 미세한 차이가 제구 문제로 이어졌다고 봤다.

2차전에서 ‘힘을 빼고’ 던진다는 느낌으로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세이브에 성공했던 만큼 같은 방향성을 이어가고자 했는데,

3차전에서는 밸런스 문제가 나타났다.

직구는 이리저리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고, 커브는 왼손타자 몸쪽으로 너무 일찍 빠졌다.

김경태 코치는 날씨의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날씨가 너무 추워져서 힘든 점이 있다.

(3차전에서)갑자기 구속이 안 나오더라.

우리 불펜은 다 구위형 투수들인데 평소보다 한 시속 2~3㎞ 덜 나왔다.

그런 점들이 신경 쓰인다. 준비는 충분히, 또 천천히 미리 하도록 하는데 더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박동원은 “우석이가 그렇게 던지려고 한 것은 아니겠지만 스트라이크 존에서 조금씩 빠지는 공이 많았다.

자기도 가운데 던지고 싶고 그랬겠지만 공이 더 조금만 존 안쪽으로 들어왔으면 훨씬 좋았을 거다. 또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늘 정확하게 던질 수는 없는 거니까. 우석이에게 운이 안 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LG 염경엽 감독은 고전을 이어가고 있는 고우석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았다.

11일 4차전이 열리기 전에는 3차전에서 39구를 던진 고우석이 4차전에도 불펜에 대기한다고 했다.

그는 “(고우석은)어차피 써야 할 선수다”라며 “고우석의 마무리 기용도 나에게는 모험이다.

욕 먹을 수도 있고, 잘 막으면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다. 실패는 감수해야 한다.

확률이 뭐가 가장 높은지 고민하고 결정하는 자리가 감독이다. 결과는 감독이 책임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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