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가 밝힌 재활 70일의 기록
이정후가 밝힌 재활 70일의 기록
프로야구 키움 이정후(25)는 일상의 고마움으로 가득한 얼굴이었다.
지난 3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부상 이후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등록한 이정후는
정규시즌 종료 직전까지 실전 타석 서는 것을 장담하지는 못했지만,
동료들과 한 공간에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호흡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뒀다.
이정후는“팀에 합류해 함께 운동하고 있다는 것이 값진 일이다.
감독님 배려 덕분으로 선수들과 한목소리로 응원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굉장히 외로운 여정이었다.
이정후는 지난 7월22일 사직 롯데전에서 외야 수비 도중 무리했다고 할 만한 동작도 보이지 않은 가운데
어이없이 왼쪽 발목을 다쳤고, 그 후로 치료와 재활훈련에 몰두했다.
이정후는 지난 3일 인터뷰에서 “딱 이틀 병원에서 누워 있었고, 통깁스한 상태로 병원을 나와
반깁스로 조금 다리를 가볍게 한 뒤로 상체훈련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결과적으로 당초 재활 스케줄보다 빠르게 몸상태를 끌어올렸다.
발목은 불편했지만, 발목에 영향을 주지 않는 훈련은 어떤 것이든 찾아서 한 덕분이었다.
이정후는 “트레이닝 코치님이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셔서 생각보다 빨리 몸을 만든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는 할 일도 없고 심심해서 집에 와서도 훈련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삼시세끼 찾아먹듯 하루 3회 훈련을 하는 게 일상이 됐다.
오전에 경기도 고양 2군 훈련장에서 트레이닝 파트의 프로그램에 따라 운동을 하고
서울 집으로 돌아와서는 오후에도 인근 스포츠센터에서 훈련을 했다.
이후 딱히 할 일이 없어진 저녁에도 훈련장을 다시 찾는 패턴이었다.
그래서인지 인터뷰하는 이정후는 상체가 더욱더 단단해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군 타석에 들어서려면 라이브배팅과 프리배팅 그리고 2군 실전 등을 거치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 이정후는 아직 토스배팅을 하는 단계다.
이에 1군 무대에 서는 것을 두고는 “제가 어떻게 하겠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과정을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야구를 할 수 있는 몸으로 돌아온 것 같다.
지난 일은 아쉽지만 돌아봐도 소용이 없다”며 “이 또한 내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일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저 ‘운명’으로 넘기기에는 이정후의 부상은 한국야구에도 너무 아픈 일이었다.
이정후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이탈하면 대표팀 타선 구성에도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부상 장면 역시 사고라기보다는 그라운드 관리의 허점이 작용한 게 사실이었다.
이는 올해 장마철 그라운드 상태가 상대적으로 더 나빠 보이던 사직구장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정후는 그날 일상적은 수비 동작에서 왼 발목을 다쳤다.
포구 위치로 출발하는 순간, 물 먹은 그라운드에 박힌 왼발이 빠져나오지 않으면서 발목 힘줄을 감싸는 막이 일부 손상됐다.
인대 등을 다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이정후는 “잔디 상태가 괜찮았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관련 질문에 조심스럽게 생각을 정리했다.
“비가 많이 와서 관리가 굉장히 힘드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선수들은 위험에 노출된다고 생각하면 불안한 마음이 생기게 된다.
그라운드 컨디션은 생각 밖에 있어야 경기력이 나온다”고 말했다.
평소 말 한마디도 겸손하고 신중한 이정후가 한국프로야구 전체를 바라보며 꺼낸 메시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