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롯데 안권수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굿바이 롯데 안권수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오~ 안권수~ 롯데의~ 안권수~ 오오~ 오~ 안권수~ 안권수~ 오오오오오~ 오오~”
롯데의 정규시즌 홈 최종전이 열린 11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는 비록 6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지만 이날 두산을 상대로 14-3 대승을 거두면서 ‘유종의 미’를 장식했다.
경기가 끝나자 롯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와 팬들에게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롯데 팬들은 안권수의 이름을 연호했고 마이크는 자연스레 안권수의 손으로 향했다.
사실 예고된 이별이었다.
재일교포 3세인 안권수는 일본 독립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 한국행을 결심했다.
2020 KBO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한 안권수는 10라운드로 두산에 지명을 받으면서 한국행의 꿈을 이뤘다.
그러나 두산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안권수를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재일교포 병역법에 따르면 안권수는 올해까지 KBO 리그에서 뛸 수 있다.
현역 생활을 연장하기 위한 방법은 군 입대 뿐. 그럼에도 롯데는 안권수와 손을 잡았다.
안권수는 빠르게 롯데의 분위기메이커로 자리매김했다.
덕아웃에서도 누구보다 시끄러운 선수가 바로 안권수였다.
롯데가 초반 돌풍을 일으킬 때도 ‘돌격대장’ 안권수의 힘이 컸다.
그러나 지난 6월 안권수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으면서 공백기를 가져야 했고 롯데도 힘을 잃었는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안권수는 7월 말부터 돌아왔지만 이미 롯데의 기세는 기울어진 뒤였다.
결국 롯데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고 안권수도 홈 최종전에서 사실상의 사직 고별전을 치르고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마이크를 잡을 때만 해도 “한국 말을 잘 못한다”라고 미소를 보였던 안권수.
“올 시즌 응원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한 안권수는 감정이 복받친 듯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롯데 팬들은 안권수의 응원가를 부르면서 그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기를 바랐다.
안권수는 행사를 마치고 동료 선수들과 기념 사진을 찍으며 이 순간을 영원한 추억으로 간직하려 했다.
숙소에서 동고동락했던 김민석은 안권수와 이별이 다가온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과연 안권수는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을까. “앞으로도 야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야구를 할 생각은 아예 없다.
일단 시즌 끝나고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안권수는 “나 혼자라면 군대를 가서 계속 야구를 하자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이 있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다.
가족과 어떻게 할지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라고 향후 거취에 대해 고민하고 있음을 말했다.
한국에서 지낸 4년이라는 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안권수는 “일본에서 태어나서 일본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한국에 오기가 두려웠다.
하지만 한국에서 4년 동안 살면서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
친구도 많이 만들었다”라면서 “동료들 모두 나에게 정말 잘 해줬고 특히 후배들이 나를 잘 따라와준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끝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안권수가 숙소에서 같이 지냈던 윤동희와 김민석은 가장 절친한 후배라 할 수 있다.
윤동희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뽑혔을 때 그 누구보다 기뻐했던 선배가 바로 안권수다.
안권수는 “(윤)동희는 올해 누구보다 노력했던 선수다.
노력은 누구나 다 하지만 동희는 누구보다 자기 관리를 잘 한 것 같다.
같이 숙소에서 생활한 (김)민석이도 그리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프로 데뷔 첫 시즌을 치른 김민석에게 안권수는 어떤 존재였을까.
“정말 친구 같은 선배였다”는 김민석은 “외야수를 한지 1년 밖에 안 됐는데 외야에서 같이 수비하면
내가 코치님 사인을 못 볼 때도 챙겨주시고 ‘여유 있게 하라’는 말도 많이 해주셨다.
또 내가 타격이 잘 되지 않으면 숙소에서 항상 문제점을 알려주셨다. 밥도 많이 사주신 기억이 난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롯데 팬들은 열정이 진짜 대단한 것 같다”고 1년 내내 끊임 없는 성원을 보내준 롯데 팬들에게 감사함을 나타낸 안권수는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것에 대해서는 “스프링캠프부터 선수들의 실력을 보니 포스트시즌은 물론
우승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부상 선수가 많았고 나도 그랬다.
미안한 마음이 크다. 솔직히 팔꿈치가 너무 아팠다”라고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제 롯데에게는 단 4경기 밖에 남지 않았다.
안권수가 롯데를 떠날 그날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롯데에서 보낸 시간은 고작 1년이 전부였지만 안권수는 소중한 기억을 가득 안고 떠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