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에서 일어난 촌극 축구는 정치 도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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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에서 일어난 촌극 축구는 정치 도구가 아니다

아산에서 일어난 촌극 축구는 정치 도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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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충남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충남아산 서포터스 아르마다는 “축구는 정치 도구가 아니다’라는 걸개 문구를 들어 올렸다.

K리그를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정치인들을 겨냥한 메시지였다.

이 걸개뿐만 아니라 팬들은 ‘정치에 자신 없으면 때려쳐(때려치워)’ ‘아산의 축구는 죽었다’ 등 날 선 문구가 적힌 걸개도 함께 펼쳐 보였다.

이유가 있었다. 이날 그라운드에서 발생한 촌극 때문이다.

충남아산을 상징하는 색상은 파란색과 노란색이고, 제1유니폼도 파란색이다.

그런데 이날 뜬금없이 선수단은 ‘빨간색’ 유니폼을 입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명예구단주) 박경귀 아산시장(구단주) 역시 파란색 유니폼 대신 제3유니폼인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았다.

김태흠 지사와 박경귀 시장 모두 소속 정당은 국민의힘이다.

제1유니폼이 갖는 의미를 비추어보면, 매우 심각하고 황당한 일이다.

프로축구연맹 마케팅 규정을 보자. ‘제1유니폼의 착용은 홈팀에 우선권이 있으나, 원정팀 유니폼 색상이 홈팀과 명확히 구분될 경우 원정팀도 제1유니폼을 착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선택권에 대한 조항까지 따로 있을 만큼 제1유니폼이 갖는 상징성이 큰데도 이날 충남아산 선수들은 뜬금없이 제3유니폼, 그것도 정치와 연관될 수밖에 없는 빨간색 유니폼을 착용한 셈이다.

심지어 서포터스 측에 따르면 이날 구단 측은 팬들에게도 빨간 깃발 등을 활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새 시즌 개막만을 기다리면서 구단 상징색인 파란색과 노란색을 활용한 응원을 준비하던 서포터스 입장에선 황당한 일이었다.

구단과 팬들의 정체성마저 무너뜨린 이날의 촌극. 총선을 앞두고 K리그 현장을 정치적인 도구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합리적이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서포터스의 항의성 걸개와 관련해 충청남도 관계자들이 서포터스석을 찾아 팬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지원금을 운운하며 협박성 멘트도 서슴지 않았고, 한 팬은 다수 관계자에 둘러싸여 신체적 접촉까지 당했다고 한다.

이 팬은 지금도 힘들어하고 있다는 게 공식 성명문을 통한 서포터스 측 주장이다.

구단의 정체성을 뒤흔든 건 물론 지원금까지 거론하며 ‘축구팀은 도의 것’이라고 발언한 건, 시·도민의 것이어야 할 구단에 대한 지자체 인식이 얼마나 한심한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K리그와 구단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한 건 구단주 박경귀 아산시장이 인사말을 통해 강조한 ‘스포츠의 가치’와 완전히 어긋나는 일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이러한 촌극이 자칫 또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총선은 다가오고 있고, K리그엔 시·도민구단들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K리그 흥행 열기가 뜨거운 만큼 많은 관중이 몰릴 현장을, 어떻게든 이용하려는 이들 역시 적지 않을 전망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는 팬들의 눈살만 찌푸려질 일이다.

아산에서 일어난 촌극에 다른 구단 팬들까지 함께 분노하는 건, 그만큼 상식을 한참 벗어난 일이었기 때문이다.

스포츠와 정치는 분명 별개라는 건 강조하지 않아도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K리그는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활용돼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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